번호:6 조회:9 날짜:2004/04/17 23:28
.. 아까 어떤 녀석이 왔다.
만원 빌려달래며 밤 9시에 갚겠노라고 했다.
얼른 줘서 보냈다.
방에 들어와서 퍼질러 앉아있거나 하면
정신적인 공간환경이 오염되기 땜에..
지금 열시 사십분이다.
쓰발놈.
돈을 줄때 돌려받으리라는 어떤 기대의 여지없이
줬더라면 걸리지 않았을텐데 말이지.
급하게 주느라고 그 절차를 까먹었다.
달마의 선어록 쳐올리는데 조금씩 맘에 걸리는 바가 있더군.
어제도 나가는데 앞쪽에서 오더군.
이 동네 볼일 없을텐데.. 아마 나한테 오던 길이었겠지.
아마 뭔가 요구하러 왔거나 했겠지.
그러니 날보러 왔다는 말은 못하고 마치 그쪽으로 가던 길이라는양
그렇게 헤어졌었는데..
애가 너무 불안해.
뭔가 두려움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계속 쫓겨만 다니고 있고
파괴락은 그냥 어리광이지.
두려움에 쫓겨다니는 다급한 낯짝도 아니더구만
얘는 진짜 다급해.
늘 초조할테구..
지금 그넘한테는 어떤 고행같은게 필요하다고 보이는데
그렇다고 무슨 배를 타러 간다거나 하기에는
그 두려움도 어정쩡하고
또 그다지 애가 용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어정쩡한게 제일 환장하는거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뭐 뭐라고 옆에서 말을 하자니
지금 마음이 바뻐서 남의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테고..
학교다닐때 과동기넘인데
카페에 한때는 무드라하고 나까지 넷이 있다가
무드라야 들락 날락거리는거고
나머지 둘은 요번에 정리할때 강퇴시켰고..
애가 심지가 약한걸 빼면 참 똘똘하고
닦아놓으면 빛이 날 그런 넘인데..
삶을 너무 잔대가리로만 대처할려는 버릇은 있다지만
그런걸 감안하더라도
재목이 아깝다는 말이지.
또 한사람은 재목만 아주 훌륭한 사람이지.
하지만 재목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부 안하면 바보노릇밖에 할 수가 없어.
배가 잔뜩 나와서 어디서 공무원하고 있다던데
모르지 한 십여년 후에는 어디 절간에라도 앉아있을란지.
어쨌거나 어떤 두려움이나 초조함에 맘잡지 못하고
쫓겨댕기던 그것도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꺼리지.
저번엔 슬픔이 아름다움이라고 했었다가
이런 저런 오해에 봉착했었는데
.
이것도 그 비슷한 거라고 생각되는데
아직 감각적인 것은 아니라서
그렇다고 질러대지는 못하겠어.
정신적인 공간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걱정한다는게 잘 납득이 안갈수도 있겠지.
여튼 난 그런걸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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