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10 조회:11 날짜:2004/04/18 21:59
.. 정신을 안차리면 자꾸만 더 깊은 꿈속으로
빠져들거 같은 약간의 위기감이 듭니다.
마치 물속에 깊이 빠져든거 같습니다.
물속에 깊이 잠기면 어디가 수면인지 바닥인지
잘 구분이 안되더군요.
깊어봐야 그다지 깊지 않은 개울물이니까
기껏해야 두길에서 두길 반.
밝은 빛을 따라 수면을 알아내고 그리고 나아가면
숨을 쉴수가 있습니다만
밤이라면 바닥을 향해 나아가게 될란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옆으로라든가..
이미 까마득히 깊은 곳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수면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진짜 수면은 아닐란지도 모르구요.
하지만 대략 방향은 감이 잡힙니다.
너무도 깊이 들어와 있어서
아마 죽어도 꿈은 깨지 않을거 같습니다.
드라마나 등등에서 나오는 죽음들 보다는
제 예상으론 좀 더 수면에 가까이 다가선 모습이 될 듯 하지만
거기도 여전히 꿈속이란 점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죽고 난 후에 조금이라도 더 깨어있는 모습이 되게 하는게
우선적인 어떤 목표같은 걸로 마음에 잡히는거 같습니다.
죽음이란게 어떤 결산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
자꾸 망상이나 욕심이나 등등의 자기비하(라는 납덩이)를 여기저기
온 몸에 달고 더욱 더 깊은 물속으로 빠져들지는 않아야겠죠.
어린 시절을 자꾸 기억해내려 하는것은
그나마 그때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수면 위쪽으로 있었던거 같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죽음을 겪기 이전에
그 정도는 도로 회복을 하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구요.
죽음을 자꾸 얘기한다고 해서 어둡다든가 그런건 아닙니다.
어떤 두려움이나 공포스런 그런 뉘앙스의 죽음을 얘기하는게 아니고
차라리 시험보고 성적표 나오는 날짜 비슷한 .. 뉘앙스랄까요.
대개 죽음을 공포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문맥에 기하기 때문인지
그런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는게 뭔가 멋져보이는 것이기 때문일듯도 한데
이러면 죽어야지. 저러면 죽어야지.. 하면서
죽음을 뭔가 개좃같이 취급하는 그런 걸 보는 일이 많습니다.
"나 같은건 살 자격도 없어 그냥 죽어버려야돼.."
뭐 이런 문장에서 살 자격이 없다는 놈이 죽을 자격은 당연히 있다는양..
말을 하곤 하는데.. 죽음이 그렇게 개싸구려 일까요.
살 자격이 없는 놈이 죽을 자격은 있겠습니까.
죽음을 좀 신성하게 취급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옛날에는 객사하는걸 아주 안좋아했죠.
객사한 시체는 집안에 들이지도 않던가.. 뭐 여튼..
아주 안좋게 봤습니다.
저는 여기서 죽음을 뭔가 조금쯤은 신성한 어떤 행사로 취급하는 거 같은
느낌을 받는데.... 오해일수도 있지만요.
여튼
살다가 쪽팔리다고 수틀린다고 한강에 빠져 죽고, 빌딩에서 떨어져 죽고
이런건 이거 이거 아니다 싶은겁니다.
죽음을 그렇게 개머시기로 취급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존을 그렇게 취급한다는 것이라고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그렇게 죽은 놈이 죽어서 잘 될리가 없죠.
자기 자신을 개머시기로 스스로 선언을 한거니..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행동으로..
자꾸 자꾸 깊은 심연으로 빠져드는
그것을 자기비하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유일한 죄는 자기비하라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이거를 납득시킬수 있는 말재주가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선...
.....
여튼.... 모두들 잘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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