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원님 카페에서 퍼온 글.[할일 없는 인간 결혼하기] [10] | 사리 | 200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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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랑 처음 만날 때가 생각난다. 그 여자를 만나기 전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아마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떨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릴겁니다" 내가 여자를 만날 때...정말 떨릴 것인가? 날이 흘러가서 만나자고 약속한 그 날이 되었다. 그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중 그저 무덤덤 했다. <어째서 가슴은 방망이질과 떨림과 동요가 없는지...> 고속버스의 안내방송에서 도착지에 다 왔다는 방송을 하자... 드디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는데... 불과 일분정도 두근거리더니... 다시 무덤덤한 상태로 되었다. 거참...이다지도 무덤덤한 인간이라니. 사실 별다른 아무런 상상도 일어나지를 않았다. 터미널에서 <나와 만날 사람이 누굴까?> 하고 둘러 보았는데 그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좀 이상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명상 수행을 오래 한 사람을 만나면 그냥 한 눈에 알아 볼 것만 같고, 사실 알아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여자는 나와 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역전 다방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이런저런 식당에서의 식사... 그리고 그 후의 만남... 같이 살면서 그 여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적에 당신은 좀 이상했다. 가진건 아무것도 없고, 꽤죄죄한 몰골에.. 직업이나 직장 등등이 아무리 보아도 자기 한몸 건사도 제대로 못할 것 같은 사람이 여자를 만나고 있다니 아무래도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난 정말이지 이 인생이란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대통령의 딸이든 거지의 딸이든 차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이 인생이란 것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그리고 난 모든 의미를 벗어던졌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할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아마도 결혼을 할 수가 있었을거야! 뭔가 할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해야하겠지" 그래서 떨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런 이익은 없지만 아무런 손해도 없다. 대차대조표는 즉석에서 좌우상하 딱 맞아 떨어진다. 할일 없는 인간 결혼하기<속편> 난 예전에도 밝힌바가 있지만 스물일곱살에 결혼하지 않을 것을 결심한 바가 있었다. 형제들에게도 이야기를 했었고, 그래서인지 선도 본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같이 사는 여자를 만나기 전까지 여자를 전혀 만나지 못했거나 그런것은 아니다. 대략 지금부터 십여년전에도 결혼을 할 뻔한 적이 있었는데...그 때는 최종적으로 여자에게 채이는 바람에 결혼생활에서 올 수 있는 비극(?)을 면할 수 있었다. 나를 찬 그 여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비극의 운명에서 구한 셈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비극적으로 살고 있다는 말은 전혀 아니고 단지 말을 좀 재미 있게 할려다 보니 이런 망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어려서 결혼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살다 보니 당연하게 자식도 생각하지 않았고 또 늙어서도 누구에게 기댄다거나 죽고 나서도 제삿밥을 얻어 먹거나 하는 것은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그러니 내 삶이라는 것은 그저 그때, 그 때 입에 풀칠만 하면 만족하는 삶이었고, 돈을 벌어서 축적한다거나 미래에 올지도 모를 불안이라고 할까? 그런것에 대비하여 몇가지 준비를 한다든지 하는 짓들이 미친짓으로 보여졌다. 적어도 내겐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축적하는 삶이 미친짓으로 보여졌다. 준비할 필요가 없고 축적할 필요가 없는데 열심히 일을 한다면 그것 또한 미친짓으로 보여졌다. <오해방지를 위하여-일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일단 일을 시작하면 거의 미친듯이 일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 여자를 만나러 가는데 작업복을 입고 갈 수 밖에 없었고, 허연머리를 염색도 하지 않고 가는 것이 내게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흔히들 하는 말대로 생긴대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러니 방한칸 얻을 돈이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누가 와서 살고자 하겠는가? 난 지금의 이여자가 서울로 와서 살겠다는 전화를 했을 때도 <와야 오는 것이지> 하는 마음이었지, <오나 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만일, 아내와 아이가 있다면 응당 충실하게 해야할 일(직업, 직장)도 변변치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도 그런걸로 걱정한게 아니라 전화 통화를 할 때면 항상 "아무 문제도 없으니 빨리 같이 살자" 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당시에 이 여자가 속으로 얼마나 답답했을까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인간이 무엇인가를 조급하게 여기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왔다갔다 설래발이 친다고 무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기에 모든 것은 태평했고 편안했다. 어느날 내게 가족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혼자 있는 것의 즐거움을 다시는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 즉시 먹고 살기 위하여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그 먼 곳에서 같이 살자고 찾아 온 여자와 아이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깡통을 들고서 길거리를 배회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졌다. 돈을 축적한다거나 하는 것은 여전히 미친짓으로 보이지만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미친짓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이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 내겐 휴식일이 되었고, 지금 이렇게 헐~헐하며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아무 걱정이 없이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한 인간에게 있어서 <그것이 무엇이든 필요하면 반드시 찾아오고, 찾아오지 않고 없다는 것은 그것이 아직 필요하지 않은 것> 이라는 것을 서로가 동의하며 또한 서로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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