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에 대한 [15] | 사리 | 200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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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배탈때 얘길 하렵니다. 거기서 경험한 어떤 패턴. 제가 타던 배는 조기잡는 유자망어선이었습니다. 톤수는 약 40톤 가량 신형은 FRP 플라스틱 선체인데 제가 타던 배는 낡은 목선이었습니다. 여름엔 쉽니다. 고기도 안잡히고 태풍도 올라오고 그러니까요. 8월 중순이후부터 다시 출항하구요. 물때에 맞춰서 출항하고 귀항하고 합니다. 한달에 두번 출어하는 거죠. 근해에서 조업합니다. 최고로 내려갔던게 위도 30도 부근 최고로 올라갔던게 대략 흑산도 부근 있던곳은 추자도입니다. 제주도와 목포사이에 있는.. 섬들중에선 제법 큰 편이죠. 저는 만 일년을 거기서 있었습니다. 2월부터 2월까지. 여름을 보내고 다시 배를 탔습니다. 가을엔 화장은 다시 안하겠다고 다짐다짐 했던 찹니다. 선장은 나보고 화장 계속하면 3부 더 얹어주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130% 임금 지불한다는 소립니다. 선원들중에서 최고대우를 해준다는 소립니다. 10년 넘게 그일 해온 숙련된 사람들이나 받던 액수인겁니다. 부선장이 받던게 150% 였으니까요. 거절했습니다. 화장은 배에서 밥하는 사람입니다. 큰배같으면 밥만 할뿐 다른일은 안하겠지만 이 배는 밥도 하면서 일도 해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는 시간이 엄청 줄어듭니다. 저는 4시간이상을 못잤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이상 막내가 아니었습니다. 저도 신참이라서 떠안은 책임이었으니까요. 근데 새로 신참들이 왔는데 도저히 제가 보기에도 그것도 나름대로 중책인데 신참들 한테만 맡겨놓고 나몰라라 할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신참들이 왔다가 대개 한달도 못버티고 도망가고 도망가고 그러더군요. 돈도 안받고 무조건 기회만 생기면 도망가는 겁니다. 물론 돈받고 가겠다고 해봐야 몇푼 주지도 않습니다만.. 그래서 계속 화장을 하게되었습니다. 근데 이일이 무척 힘든게 남보다 일찍 일어나서 밥해야 하고 일끝나면 라면 끓여 회에 소주한잔씩 먹고 자는데 다 설겆이까지 끝내고 자야하니까 잠이 부족한것도 있고 결정적으로.. 뭔가 꼭 해야하는 일인데 그 일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못해줄경우 어떤 식으로 일이 벌어지냐면 그 일을 천시하는 방향으로 그 사람을 이지메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패턴이 있거든요. 그 화장일이 딱 그런거였습니다. 화장은 제일 쉬운일을 시킵니다. 제일 힘도 안들고 기술숙련도의 필요성도 제일 낮은거. 그래서 저는 화장일을 사실상 도맡아 하면서도 신참을 앞세워서 외부적으로는 내가 그저 도와주기만 하는 양.. 외연했구요. 일은 대개 두번째로 맡게되는 제일 힘들고 기술숙련도의 요구도가 크지 않은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40대 아저씨가 신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은 배를 많이 타던 사람이었지만 거기선 그런 업종이 아니면 인정안하는게 있어서 나름대로 암투끝에 그 사람을 화장으로 들여앉히는데 성공합니다. 그 사람은 다른 여타의 신참들과는 달리 이미 겪어본 일이라 저는 그 사람에게 일체를 떠맡기고 다른 사람들의 눈총은 쌩까고 전혀 화장일을 거들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도 음식을 참 잘했어요. 저보다 오히려 만들수 있는 다양함의 폭이 더 넓었던것도 같아요. 일끝나고 회썰고 설겆이 하는 것만 도와준거 같습니다. 얼마간 버티다가 그사람도 배에서 내립니다. 생각하다보니까 하려던 얘기와는 다르게 요즘 놈들은 일을 맘놓고 맡길만한 놈들이 없다는 생각쪽으로 흘러가네요. 여튼 그런 얘기 하려던게 아니었으니까 다시 돌아오면. 청소부. 얼마나 받나요. 한달에. 80 ~ 100 사이일거라고 대충 추정되네요. 사실 그거 엄청 더러운 일인데 말이죠. 냄새나고 아예 몸에 배잖아요. 저도뭐 거기서 멀지 않은 노가다입니다만 노가다는 그렇게 냄새 밸 정도로 더러운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별 기술없는 단순 노동의 업종들에 비해선 일당도 쎈편인거 같구요. 노가다가 받는 보수로 보건데 어느정도 노가다는 이지메의 울타리로 부터 탈출한거 같다는 느낌입니다. 뭔가 그런 진보적인 기류가 서울이 제일 나은거 같기때문에 지방으로 갈 생각이 없는거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아직 청소부나 폐지줍는 사람들은 그런거에서 아직 해방되지 못한거 같습니다. 일이 힘든거 보다 더러울때 그런 함정에 빠지기 좋습니다. 자기가 시킨 일보다 적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자기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방법역시 그 사람은 보다 열등한 사람이다. 뭐 대략 이런거거든요. 노가다도 아직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맨사람이 그렇게 하루종일 땀을 뻘뻘흘리며 일을 했을때 과연 8만원이 적정한 보수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마도 더 많아질 겁니다. 사회계층구조는 대략 이런식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됬으니까 혁명하고 갈아엎자는 소리가 아니구요. 걍 있는그대로 제대로 보기나 하자는 겁니다. 뉘앙스만 얘기했습니다. 차별과 소외에대한. 노가다보다도 자신을 더 낮추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체로 고물줍는 사람들중에 가끔 있더군요. 일반인보다 약간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중에 간혹 그런 경우를 많이 보는데 아무나 다 상전으로 대하는 듯한 표정을 보입니다. 그랬을때 개뿔도 아니면서 잘난체 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괜히 말투를 마치 지가 진짜로 상전이라도 된듯이 그렇게 씁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막되먹게 행동하진 않더라도 약간은 저도 그 사람에게 부응해서 그 사람과 동일선상으로 저를 위치시키진 않더군요. 말하자면 제가 좀 비겁한거죠. 나보다 더 낮은 사람이 있다는거가 조금 맘에 걸립니다. 나보다 낮은 자가 있는 만큼 높은 자도 있을거구요. 그렇다는 것은 권력구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소리라고 생각되거든요. 저는 저보다 더 낮은 사람앞에서 후둘립니다. 말하자면 쫄아들고 위축되고 그럽니다. 낮을수록 커보이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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